발끝에서 시작되는 안정감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고민이 있었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하다가도 1층과 2층 목공소를 오르내리다 보면 하루 종일 서 있기 일쑤라, 발이 가장 먼저 지치곤 했습니다. 더 편하고 안전한 신발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생일날, 람주 팀장이 툭, 베이지색 첼시 부츠 한 켤레를 내밀었습니다. 호주에서 온 작업화였습니다. 베이지색 몸체에 검은색 사이드 고어, 뒤꿈치의 네이비 탭이 멋스러운 조화를 이룹니다. 제품 라벨은 정갈한 산세리프 서체로 조판되어 신발의 가죽 질감을 해치지 않는 섬세함까지 갖췄습니다. 묵직한 베이지와 블랙을 네이비가 경쾌하게 마무리해, 작업복은 물론 일상복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말하지 않은 고민을 알아줬다는 것. 선물 자체보다, 세심하게 나를 살피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큰 고마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 신고 나선 날, 발이 편안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마음까지 단단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좋은 신발 한 켤레가 사람에게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고요한 기다림 끝에 도착한 캄포나무
상패와 트로피 제작에 쓸 캄포 목재가 도착했습니다. 원목 제품은 나무의 건조 상태가 품질을 좌우합니다. 충분히 건조되지 않은 나무는 시간이 지나며 뒤틀리고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나무를 만나려면 긴 기다림은 필수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일을 하면 되니, 시간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정보다 더뎌질 때면 기다림의 무게는 점점 더해집니다. 마침내 도착한 날, 육중한 나무들을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창고에 나란히 선 나무들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1년을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떤 단체의 감사패가 될지, 어느 교회의 기념 트로피가 될지. 아직 쓰임이 정해지지 않은 나무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고요히 서 있습니다.
디자인과 목공이 만나는 공간
마포에 자리한 나음과이음 디자인은 1층, 목공소 반듯은 2층에 있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하다 계단을 오르면 나무 내음 가득한 목공소가, 목재를 다루다 내려오면 아이디어가 오가는 디자인 작업실이 나타납니다.
두 공간이 가까이 있기에 우리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서로 스며듭니다. 하나의 디자인이 포스터, 책자, 리플렛, 웹 배너로 자유롭게 변주되듯, 같은 도면에서 출발한 나무는 원목 상패로, 감사패로, 기념패로 확장됩니다.
새 작업화를 신고 두 층을 오가는 날들, 1년을 기다린 나무 곁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는 날들. 이렇게 나음과이음의 시간은 묵묵히 쌓여갑니다. 고마운 마음과 뿌듯한 기다림, 이 두 가지 기억은 앞으로의 작업을 더욱 단단하게 받쳐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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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작업과 상패·트로피 원목 제작 문의는 나음과이음 홈페이지에서 편하게 연락 주세요. 정확히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