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그래픽, 두 레이어의 감각적인 분리
월별 페이지는 정갈한 산세리프 서체로 조판한 날짜 정보 위에, 흐릿하게 번지는 블러 그래픽을 과감히 중첩시켰습니다. 뚜렷하게 읽혀야 하는 숫자 정보는 산세리프 볼드 서체로 무게감을 더하고, 안내 문구는 같은 계열의 레귤러 서체로 힘을 빼 시각적 균형을 맞췄습니다. 코랄 핑크와 옐로우 그린을 두 축으로 삼아, 톤온톤 오렌지와 옐로우를 월마다 교차 배치했습니다. 기하학적 배경 그래픽은 전면의 흐릿한 알파벳 윤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어리어리, 흐릿해서 오히려 선명해지는 이름
어리어리달력은 나음과이음이 매년 스스로에게 내는 숙제와 같은 프로젝트입니다. 올해의 주제는 ‘블러(Blur)’. 선명한 글자 대신 의도적으로 번지게 한 알파벳 그래픽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또렷한 숫자 뒤로 물러난 알파벳은 달력을 벽에 걸고 멀리서 바라볼 때 비로소 온전한 형태를 드러냅니다. 가까이에서는 색의 덩어리로, 멀리서는 글자로 읽히도록. 사용자의 거리에 따라 하나의 디자인이 두 가지 방식으로 읽히는 경험을 의도했습니다.
매달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는 색의 리듬
열두 달을 하나의 색으로 묶지 않았습니다. 코랄 핑크가 전면을 덮는 달, 옐로우 그린이 배경을 채우는 달, 톤온톤 오렌지와 옐로우가 번갈아 얹히는 달을 교차 구성했습니다. 달력을 한 장 넘길 때마다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고,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음을 시각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디자인 장치입니다. 이 타이포그래피와 컬러 시스템은 달력뿐 아니라 포스터, 엽서, 리플렛, 웹 배너 등 다양한 매체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어리어리달력은 클라이언트의 과업이 아닌, 스튜디오가 직접 주제를 정하고 자신들의 조형 언어를 탐구하는 시간 속에서 태어납니다. 이번 달력은 ‘선명하지 않은 것도 디자인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입니다. 일 년 내내 벽에 걸리는 사물의 무게를 고려하며, 한번 보고 사라지는 인쇄물보다 더 긴 호흡으로 디자인의 본질을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디자인 의뢰는 나음과이음 홈페이지에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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